
- 악당의 자리에서 다시 묻는 영웅의 조건
- 커다란 얼굴에 담아낸 표정의 설계
- 록스타의 리듬으로 펼치는 악당의 공연
줄거리
톰 맥그라스 감독의 「메가마인드」는 2010년 제작돼 국내에서 2011년 1월 개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다. 도시의 수호자 메트로맨과 대결해 온 악당 메가마인드는 오랜 목표를 이루려 한다. 그러나 익숙한 대결의 구도가 달라지자 자신의 역할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힘을 얻은 인물까지 등장하면서 메트로시티는 또 다른 혼란을 맞는다.
악당의 자리에서 다시 묻는 영웅의 조건
영화는 도시를 지키는 영웅을 따라가는 대신 그와 맞서는 악당에게 이야기의 중심을 내준다. 윌 페렐이 목소리를 맡은 메가마인드에게 메트로맨은 넘어야 할 상대이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상대와 싸우는 일이 일상의 목적이라면, 그 관계가 바뀌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다. 작품은 이 빈자리를 새로운 사건의 동력으로 삼는다.
이런 구성은 힘이 세다는 사실과 영웅이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분리한다. 새로운 능력이 생겨도 그것을 어떻게 쓸지는 별도의 선택으로 남는다. 악당이라는 이름 또한 인물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관객은 정해진 편을 응원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각 인물이 힘과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피게 된다. 영화는 선악의 이름표보다 행동이 만들어 내는 차이에 시선을 모으는 슈퍼히어로 코미디로 읽힌다. 티나 페이가 목소리를 맡은 기자 록산의 존재는 영웅과 악당의 대결 바깥에 또 하나의 시선을 둔다. 도시에서 벌어진 일을 전달하는 사람이 함께 등장하면서, 인물들이 스스로 내세우는 모습과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모습 사이에도 거리가 생긴다.
커다란 얼굴에 담아낸 표정의 설계
메가마인드의 커다란 머리와 푸른 피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외형을 만든다. 여기에 얼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애니메이션이 더해진다. 제작진은 초기의 사악한 표정만 강조한 연기에서 벗어나, 인물이 대결을 즐기며 웃는 모습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악당의 말이라도 얼굴에 즐거움이 드러나면 관객이 받아들이는 성격이 달라진다는 판단이다.
큰 얼굴은 인물의 지성을 알리는 표지이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화면의 중심이 된다. 눈썹이나 입의 작은 변화는 과장된 외형 안에서도 섬세하게 읽힌다. 물고기가 투명한 용기와 기계 몸체를 통해 움직이는 미니온의 모습 역시 생물과 장치의 조합이라는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인물의 형태를 알아보는 즐거움에 표정과 움직임을 읽는 재미가 이어지는 구조다. 낯선 외계인의 모습과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한 화면 안에서 연결된다. 제작진이 악당의 즐거움을 표정에 담았다는 점은 특히 중요하다. 얼굴이 단순히 위험을 알리는 표지에 머물지 않고, 도전 자체를 좋아하는 인물의 마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관객이 인물을 이해하는 통로를 외형과 행동 사이에 마련한 셈이다.
록스타의 리듬으로 펼치는 악당의 공연
음악은 이 악당의 활동을 공연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요소다. 영화음악은 한스 짐머와 론 밸프가 맡았으며, 별도로 선택한 기존 노래도 함께 쓰였다. 「Bad to the Bone」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A Little Less Conversation」 리믹스가 담긴 사운드트랙은 작품의 음악적 성격을 보여준다. 맥그라스 감독은 인물들의 무대 위 존재감을 록스타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다.
록 음악의 활력은 위협적인 악당의 이미지를 과시와 쇼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다. 누군가를 두렵게 만드는 행동에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려는 마음도 겹쳐 있다. 이때 음악은 사건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과 함께, 인물이 스스로를 어떤 모습으로 연출하는지 느끼게 한다. 관객은 악당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그가 마련한 공연의 관중이 된다. 거대한 능력의 충돌과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나란히 놓이면서, 메트로시티의 모험에는 인물의 허세를 바라보는 가벼운 리듬이 생긴다. 음악이 강하게 나설수록 그 리듬에 기대어 자신을 드러내는 메가마인드의 성격도 선명해진다. 실제로 얼마나 강한가와 얼마나 강해 보이고 싶은가 사이의 차이가 코미디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노래와 영화음악은 그렇게 사건과 인물을 서로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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