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린 저택 안에서 나뉘는 생활의 동선
- 은이와 병식이 보여주는 두 하녀의 거리
- 1960년 원작에서 달라진 계층의 설정
줄거리
2010년 5월 13일 개봉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상류층 저택에 들어간 은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도연이 연기한 은이는 주인 부부와 어린 딸을 돌보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 그러나 주인 남자 훈과의 관계가 집안의 질서를 흔든다. 오랫동안 그 집에서 일해 온 병식이 두 사람 사이를 알아차리면서, 같은 지붕 아래 머무는 인물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열린 저택 안에서 나뉘는 생활의 동선
저택은 넓고 열려 있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 같은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거실 쪽 계단과 하녀가 이용하는 계단을 따로 설계했다. 한집 안에서도 누구의 길인지 구분되는 구조다. 주인은 쉬고 하녀는 일하는 차이가 이동 경로에 새겨진다. 인물들이 직접 신분을 설명하지 않아도 어디를 지나고 어디에 머무는지를 통해 관계를 읽을 수 있다.
욕조를 청소하는 은이와 파우더룸에서 와인을 마시는 해라를 함께 보이게 한 배치도 같은 맥락이다. 가까운 공간에 두 사람이 있어도 각자의 행동은 노동과 여가로 갈린다. 유리와 거울은 집을 시각적으로 확장하지만 그 넓이가 사람 사이의 거리를 없애지는 않는다. 공간이 서로 이어져 보인다는 점과 그 안의 삶이 동등하다는 점은 별개다. 대저택의 개방감은 이처럼 인물의 위치를 한눈에 비교하게 하는 화면 구성의 바탕이 된다.
은이와 병식이 보여주는 두 하녀의 거리
윤여정이 맡은 병식과 전도연의 은이는 모두 고용된 사람이지만 집을 대하는 방식은 다르다. 새로 들어온 은이가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인물이라면, 병식은 이미 그 관계의 작동 방식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집안일을 총괄하는 병식은 주인과 하녀 사이의 일을 지켜보는 자리에 있다. 같은 직업이라는 공통점보다 경험의 차이가 먼저 드러나면서 두 인물의 만남에 긴장이 생긴다.
병식은 은이와 훈의 관계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그 정보를 자신의 이익과 연결하려 한다. 이 설정은 그를 단순한 조언자나 친절한 선배로 고정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비밀을 아는 일이 집 안에서 하나의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은이는 자신이 맺는 관계의 감정에 가까이 놓인다. 두 배우가 맡은 역할을 함께 보면 인물을 이해하는 기준이 선한 쪽과 악한 쪽의 구분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서로 달라 같은 사건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차이가 대저택 안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1960년 원작에서 달라진 계층의 설정
이 작품은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를 다시 만든 영화다. 동명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원작과 리메이크의 관계가 확인된 경우다. 다만 이전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작의 중심에는 중산층 가정이 놓인 반면, 2010년작은 이미 큰 부를 가진 상류층 가정에서 출발한다. 생활을 유지하고 상승하려는 집과 충분히 가진 집은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을 받아들이는 조건부터 달라진다.
임상수 감독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의 중산층 형성과 도농 격차를 설명하고, 새 작품에서는 달라진 경제적 현실에 관심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두 영화의 차이를 단순한 시대 배경의 교체 이상으로 보게 한다. 여기서 감독이 설명한 사회상과 영화가 제시하는 특정 가정의 설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저택 한 채가 현실의 모든 가정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대신 누가 다른 사람의 일을 필요로 하고, 누가 그 집의 규칙을 정하는지에 시선을 모은다. 같은 제목을 지닌 두 영화는 기본 관계를 이어받으면서도 부와 노동을 배치하는 방식을 달리한다. 그 간격을 살피면 「하녀」의 리메이크는 반복이 아니라 달라진 조건에서 관계를 다시 묻는 작업으로 읽힌다.
따라서 비교의 초점도 어느 쪽이 더 자극적인가보다 갈등이 만들어지는 조건에 놓인다. 고용하는 사람과 고용되는 사람의 만남이 같아 보여도, 그들이 지키려는 생활의 규모와 기대가 바뀌면 이야기가 향하는 질문 역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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