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2020년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쩨쩨한 로맨스 (공동 작업, 허세와 소심함, 움직이는 상상)

by notes92762 님의 블로그 2026. 10. 23.

째째한 로맨스

 

목차
  1. 만화를 함께 만드는 일이 여는 연애
  2. 허세와 소심함을 주고받는 두 배우
  3. 실사 사이에서 움직이는 만화 속 상상

줄거리

2010년 12월 1일 개봉한 김정훈 감독의 「쩨쩨한 로맨스」는 성인만화 공모전을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을 따라간다. 그림 실력에 비해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정배는 글을 맡을 동료를 찾는다. 잡지 번역 일을 잃은 다림이 공동 작업에 합류하지만, 두 사람의 의견은 좀처럼 맞지 않는다. 마감일까지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목표와 서로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 갈등을 만든다.

만화를 함께 만드는 일이 여는 연애

공모전은 두 사람이 계속 만나야 할 이유를 마련한다. 정배에게는 그림을 뒷받침할 이야기가 필요하고, 다림에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가 필요하다. 서로의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다투더라도 관계를 쉽게 끝낼 수 없다. 이처럼 일의 필요가 만남을 이어 주면서, 작업 과정이 곧 상대의 생각과 태도를 알아 가는 시간이 된다. 연애의 출발점에 공동의 과제가 놓여 있다는 점이 서사의 구체적인 동력이다.

작품 완성이라는 목표에는 마감이라는 시간의 조건도 붙는다. 정해진 날까지 결과물을 내야 하는 두 사람은 자기 주장만으로 일을 해결하기 어렵다. 어떤 내용을 만화로 옮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당연하다고 여긴 생각도 상대의 질문을 거치게 된다. 만화를 잘 만드는 문제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문제가 나란히 놓이는 셈이다. 관객은 공모전의 결과에 대한 궁금증과 두 사람 사이의 변화에 대한 관심을 함께 갖게 된다. 직업의 차이가 만남을 만들고, 협업의 어려움이 관계를 움직이는 구성이다. 상대가 자기 의견을 받아 주길 바라면서도 상대의 요구에는 선뜻 응하지 못하는 상황은 협업의 모순을 드러낸다. 이 모순이 거창한 사건 없이도 두 사람을 계속 부딪히게 한다.

허세와 소심함을 주고받는 두 배우

이선균의 정배와 최강희의 다림은 말과 행동의 온도 차이로 대비된다. 다림이 자신 있게 내놓는 경험담에 정배가 의문을 제기하는 구도는 두 인물의 성격을 짧은 대화 안에서 드러낸다. 자신을 크게 보이려는 태도와 작은 일도 그냥 넘기지 못하는 태도가 부딪히면서 웃음이 생긴다. 상대를 압도하려는 말이 오히려 자기 빈틈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대결은 친근한 허술함을 지닌다.

배우들이 준비한 외형도 이러한 인물 표현을 돕는다. 이선균은 인터뷰에서 정배를 말끔한 인물로 꾸미기보다 낡은 옷의 멋과 그림 그리는 사람의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최강희는 꽁지머리라는 단서에서 다림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이러한 준비는 인물을 근사한 연인으로만 보이게 하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다림의 적극적인 몸짓과 정배의 당황하는 반응이 맞물릴 때에도 중요한 것은 행동 자체의 크기보다 서로 다른 반응의 간격이다. 두 배우는 그 간격을 통해 말싸움에 움직임을 더한다. 촬영 현장 기사에 소개된, 다림이 시범을 보이며 다가가고 정배가 놀라 밀어내는 장면은 이런 호흡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자신감 있게 행동을 시작하는 쪽과 뒤늦게 반응하는 쪽이 맞서며 장면의 속도가 생긴다.

실사 사이에서 움직이는 만화 속 상상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은 만화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설정을 화면의 형식으로 확장한다. 영화 속 정배의 만화는 석정현 작가가 실제로 그렸으며, 인물들의 상상은 애니메이션으로도 펼쳐진다. 관객은 만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그림의 세계를 함께 접한다. 작업에 관한 설명만 듣는 대신, 상상이 눈앞에서 다른 형태의 이미지가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배우의 몸과 표정으로 전달하던 장면 사이에 그려진 인물이 등장하면 표현의 범위도 달라진다. 현실의 인물이 말로 내놓은 생각은 그림 속에서 더 과장된 움직임을 얻을 수 있다. 이 변화는 일상과 상상의 차이를 보여 주면서 영화에 다른 박자를 만든다. 성인만화라는 소재는 이때 인물의 직업을 설명하는 배경을 넘어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 된다. 실사는 함께 일하는 두 사람의 거리를 담고, 애니메이션은 그들이 펼치는 상상의 크기를 드러낸다. 이러한 전환은 완성된 만화만이 아니라 만화를 상상하는 과정에도 시선을 두게 한다. 서로 다른 두 표현이 오가면서 창작하는 생활과 창작된 세계가 한 작품 안에 이어진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